유럽 양돈산업의 최신 동향과 전략을 통해 청년 한돈인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3일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네덜란드 양돈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손세희 한돈협회장, 조영욱 부회장, 문석주 부회장, 김은호 충남도협의회장, 오재곤 전남도협의회장, 한동윤 청년분과위원장 등 협회 임원을 비롯해 200여 명의 청년한돈인과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 모델 발견하길=손세희 회장은 축사를 통해 “청년 한돈인들은 한돈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라며 “글로벌시장 내 한돈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얻은 지식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한돈협회는 청년 한돈인들의 발전을 뒷받침하면서 ‘돼지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 이들이 한돈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윤 청년분과위원장은 네덜란드 양돈전문가 초청세미나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번 교류는 세계적인 선진 기술을 공유하고, 청년 한돈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의 농장과 사업에 적용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국제적인 협력과 지식 교류를 통해 한돈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청년 한돈인들이 주체적으로 산업을 새로운 미래로 이끌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2024년 한돈산업 정책과 중점 추진방향(이재승 농식품부 사무관) △한돈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민승규 세종대 교수) △유럽과 네덜란드 양돈산업의 최신 동향과 과제(로버트 호스테 와게닝겐대 교수) △PED, PRRS 등 최근 양돈장 주요 질병 동향과 대책(이승윤 한별팜텍 대표수의사)를 주제로 한 발표가 진행돼 참석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변화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민승규 세종대 교수는 ‘한돈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한돈의 새로운 경쟁력 찾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한돈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찾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농가 스스로가 직면한 현실을 진단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특히 각자가 목표로 하는 롤모델을 설정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창의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연(네트워크)’, ‘개(오픈마인드)’, ‘소(새로운생각)’, ‘문(자신만의 색깔)’ 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민 교수는 산업 전반에 걸쳐 협력과 개방적인 태도를 촉진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한돈의 대표상품인 삼겹살의 진화를 강조했다. 민 교수는 삼겹살의 남다른 가치를 다양화, 명품화해 문화적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이러한 접근이 한돈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양돈산업 경쟁력 비결에 큰 관심 보여=로버트 호스테 와게닝겐대 교수는 ‘유럽과 네덜란드 양돈산업의 최신 동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양돈산업의 역사적 성장, 현재의 도전, 그리고 미래 방향성에 대해 역사적 맥락과 통계 데이터를 통해 심층적으로 설명했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에 따르면 유럽 양돈산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큰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네덜란드는 1956년 MSY가 약 14.5마리였지만, 2022년에는 약 31마리로 증가하며 고효율의 양돈시스템을 구축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의 1/3 수준의 국토와 인구로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자급률은 300%에 이른다.
유럽의 양돈장은 가족농 중심으로 가족 외 1명 내외를 고용하는 저인력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는 유럽의 관리자 기술 수준이 높고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인데, 농장 인력 1인당 모돈 300마리 가량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유럽은 생산비 증가, 질병 관리, 환경보호, 동물복지, 항생제 사용 등에 사회적 요구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가축 사육마릿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최근까지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항의하는 유럽 농업인들의 트랙터 시위가 계속되기도 했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네덜란드 양돈산업이 직면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설명하며, 한국 양돈산업이 배울 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네덜란드 양돈산업이 높은 생산성과 관리 기술 수준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낮은 수익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생산성과 효율성 개선 △경영 정보 시스템의 활용을 통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속적인 농장의 성과와 관리 방법의 공유와 개선 노력 △끊임없는 사료효율, 육종기술, 사양기술, 스마트 장비의 도입과 혁신 △기술 혁신과 함께 필요한 소통, 협업, 문제해결 등의 소프트 스킬 개발 등을 꼽았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돼 네덜란드 양돈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생산성과 관리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PED, PPRS 피해 막기 위해서는 빠른 진단과 초기대응 중요=이승윤 한별팜텍 대표수의사는 ‘고병원성 PRRS와 PED 동향과 대책’을 주제로 고병원성 PRRS와 PED의 관리 전략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수의사는 PRRS와 PED가 한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 수의사는 국경이 닫혀 있어도 주변국에서 발생하는 돼지 관련 질병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러스 간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병원성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종돈장과 인공수정 센터에서 PRRS 양성이 확인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형 백신과 북미형 백신을 섞어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바이러스의 신속한 진단 및 초기 대응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모돈에게서 이상 증상이 발견될 때 즉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하고 필요 시 시퀀싱 검사로 변종을 확인할 것을 권장했다. 이 수의사는 “고병원성 PRRS 변종 확인 시 ‘돈사 비우기(depop)-돈군 재구성(repop)’ 전략과 돈군 폐쇄, 전략적 항생제 투약 프로그램을 적용해 마이코플라스마 하이오라이니스(MHR)와 살모넬라( Salmonella)와 같은 질병 감염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PED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을 강조했다. 이 수의사는“PED는 간이진단키트의 효과적 사용과 인공감염 방법을 통해 빠른 진단과 대응이 중요하다”며 “PED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만성형 피해 가능성이 커지므로 PED가 만성화된 농장은 돈군 폐쇄와 후보돈의 교배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PED의 경우 접촉감염의 위험이 큰 만큼 돈사 출입 시 장화 갈아신기와 같은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PED 유입 차단에 가장 중요하다”며 “출하 차량에 대한 주의와 함께 덴마크처럼 출하 차량 기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