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축산과학원은 백색 돼지 순종에서 다른 털색(이모색)을 가진 개체(씨돼지) 생산을 방지할 수 있는 유색 인자 판별용 유전자 분자표지(마커)를 개발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육하는 돼지는 랜드레이스, 요크셔, 두록의 삼원교잡종으로 털색이 백색이다. 삼원교잡에 어미 씨돼지로 활용되는 랜드레이스와 요크셔는 백색 품종으로 순종은 외국에서 수입한다. 겉보기에는 백색이지만 유색 인자를 보유한 경우 다른 털색을 가진 자손이 나올 수 있다.
랜드레이스와 요크셔의 경우 다른 털색이 섞인 개체는 ‘종축등록규정’ 외모 심사 표준에 의해 씨돼지로 등록할 수 없다. 실격 조건인 ‘피부에 반점이 있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과거 흑돼지 품종 개발 과정에서 백색 돼지에서 다른 털색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KIT’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IT’ 유전자로 유색 인자를 확인하는 방법은 값비싼 장비와 전문 분석 방법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장 적용이 어려웠다.
이에 연구진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정보를 활용해 ‘KIT’ 유전자 주변의 유전자형을 조사했다. 그 결과 ‘KIT’ 유전자의 특정 위치(약 41Mb)에서 A/A. A/T, T/T 3가지 유전자형을 찾았고, 이중 ‘T’ 유전인자가 다른 털색을 유발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활용해 백색 돼지에서 유색 인자 보유 여부를 간단히 분석할 수 있는 유전자 분자표지를 고안했다. 이 유전자 분자표지를 이용해 다른 털색이 있는 순종 백색 돼지를 분석한 결과, 모든 개체에서 ‘T’ 유전인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백색 돼지에서 유색 인자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은 지난 6월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씨돼지 농장에서는 순종 돼지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기관에 보내고 단일염기다형성(SNP) 분석을 통해 백색 돼지의 유색 인자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 양병철 소장은 “유전자 분자표지를 활용해 유색 인자가 없는 순종 돼지를 판별해 씨돼지 생산에 활용한다면 다른 털색을 가진 개체 생산으로 입었던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