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서 고성 제외하고 ‘첫’ 감염 사례…방역당국 ‘비상’
12월말 영월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 검출
비발생지역 사전 대응 강화…양성 발생지역 출입 자제 당부
◆설악산 뚫렸나…양양서 폐사체 발견=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강원 인제와 설악산 국립공원을 가로지른 양양에서 발견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일 강원도 방역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30분께 양양군 서면 내현리 인근 야산에서 주민이 발견한 야생멧돼지 폐사체 1마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밖이자 광역울타리 밖으로, 인제 북면 원통리에서 설악산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남동쪽 방향 35㎞ 떨어진 곳이다.
게다가 접경지역인 강원 고성(4건)을 제외하고 동해안 지역에서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방역대(10㎞)에는 8개 농가에서 2만31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양양 양돈단지가 인접해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밖에 화천과 인제에서도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강원 최남단까지 확산…백두대간 위협=지난해 12월 28일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신일리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영월군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지난 1일 충북 제천시, 강원 평창군, 치악산국립공원 등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월군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긴급 조치에 나섰다.
우선 발생지점 주변에 차단 울타리(약 16km)를 신속히 설치해 외부확산을 막고, 영월군, 야생생물관리협회, 국립공원공단 등의 수색 인력 120명과 수색견 5개 팀을 발생지점 주변에 투입해 조기에 폐사체를 제거할 계획이다.
또 발생지점 반경 약 10㎞에 해당하는 영월군 4개 면과 제천시 송학면, 원주시 신림면 지역에 대한 총기 포획을 유보하고 멧돼지 이동 통로에 포획 도구를 설치할 방침이다.
아울러 감염범위 확인 등 긴급조치를 하는 동안 일단 강원 광역수렵장의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뒤 추가 감염범위 확인 결과에 따라 재개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번 영월군 사례와 같이 기존에 감염이 확인되지 않던 지역에서 양성 개체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비발생 지역에 대한 사전 대응 태세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역 주민들에게 야생멧돼지 폐사체를 발견할 경우 지자체 등에 즉시 신고하고 양성 개체가 발생한 지역은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충북 북부지역 ‘위험주의보’ 발령=충북도는 영월군 일원의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이 지역과 인접한 북부권에 ‘위험주의보’를 내렸다.
충북도는 지난 3일 폐사체 발견 지점으로부터 10㎞ 방역대 안에 있는 제천 4개 양돈농장 입구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농장과 그 주변 도로를 소독했다고 밝혔다.
이들 농가의 돼지를 대상으로 한 정밀 검사에서는 결과가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그러나 가축방역 당국은 제천과 인접 지역인 단양의 17개 양돈농장을 대상으로 전화 예찰에 나서는 등 차단 방역을 강화했다. 시군과 농협이 보유한 소독용 생석회도 긴급 배포 중이다.
충북도내 양돈농가에도 방목 사육 금지, 치료 목적 외의 외부인 농장 출입 금지, 축산 관계자 발생지 방문 자제 등을 당부했다.
환경부도 제천시 송학면 일대 6개 리를 중심으로 야생동물 포획을 유보하고 멧돼지 폐사체 수거에 나섰다.
◆경남도, ASF 차단방역 강화나서=경남도는 영월군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유입 방지를 위해 방역 대책을 강화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그동안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지역에서만 발생한 것과 달리 강원도 춘천의 최남단 발생지점에서는 90km, 인제 발생지점에서는 80km 정도 남쪽인 영월군에서 ASF가 발견됨으로써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ASF 유입 차단을 위해 2019년 9월 17일 이후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살아있는 돼지와 사료 등에 대한 단계별 반입·반출 제한 조치를 지난 5일부터 경기 남양주·양평, 충북 제천·단양, 경북 영주·봉화 등 6개 시군을 추가해 확대 시행한다.
또 지난해에 이어 사업비 11억7000만원을 투입해 야생동물 침입 방지 울타리 설치지원 사업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큰 울타리 설치 미흡 농가 65곳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야생멧돼지에 의한 ASF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멧돼지 포획·수렵 인력 618명을 투입하고 포획 틀 228개도 설치한다.
이렇듯 백두대간을 타고 질병이 추가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새해 벽두부터 ASF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