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연구 28억…멧돼지 울타리 1770억원 투입
“백신 안전성은 물론 환경·생태계 측면 살펴야”
2019년 국내 처음 발생된 ASF는 잊을만하면 재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방적 차원의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ASF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전문가들은 ASF 백신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울타리 설치에 들인 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ASF 백신 연구지원 예산은 문제로 지적됐다.
백신 개발속도를 좌우할 BSL2로의 실험조건 완화도 거듭 거론됐지만, 정부와 업계의 입장차가 엿보였다. 사육돼지에서는 산발적 발생에 그치고 있는만큼 방역당국은 사육돼지 백신보다 멧돼지용 미끼백신에 무게를 뒀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기업과 정부기관이 협력해 ASF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미팜·중앙백신연구소·케어사이드가, 정부에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참여해 각종 개발시험을 벌이고 있다.
국내 발생 야외주나 미국 USDA, 스페인 연구진이 개발한 바이러스 등 후보주도 다양하다. 모두 약독화 생독백신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조호성 전북대 교수와 오연수 강원대 교수는 ASF 백신 연구에 대한 예산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NTIS)에 등록된 ASF 백신 관련 연구는 8건 28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멧돼지 ASF 확산을 막겠다며 전국 22개 시군에 걸쳐 2693km의 울타리를 치는데 1770억원이나 투입됐다.
오연수 교수는 “울타리의 효과는 분명 있었지만, ASF 종식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필요한 기반은 R&D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주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ASF 바이러스는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처럼 전파력이 강하지 않다. 현재 상황이 유지되는 한 ASF 백신의 농장 도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멧돼지에서 발생이 지속될 경우 안전성이 담보된 미끼백신이라는 전제하에 도입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을 쓴다면 미끼백신이라는 얘기다. 미끼백신을 사용하려면 백신 개발 외에도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정원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질병대응팀장은 “백신 자체의 안전성은 물론 환경·생태적 측면을 미리 살펴야 한다”면서 미끼백신의 환경오염이나 독성 문제, 멧돼지가 아닌 다른 동물에의 영향 등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