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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말살 정책이냐, ASF 예방책이냐 ‘충돌’

축단협, 정부 ‘가전법’ 개정 움직임에 반발…“현장수용 어려워”

8대 방역시설 설치 의무화 위반시 폐쇄·사육제한 기준 문제삼아

 

 

대한한돈협회 등 국내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정부의 ‘가전법’(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움직임에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농가의 자율적 방역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축산단체들은 “현장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악법중 악법”이라며 극한 대치양상을 보이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손세희 한돈협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8대 방역시설의 전국 의무화를 골자로 한 가전법 개정은 생업포기 수준의 행정처분 기준을 신설하는 것으로 명백한 이중규제이자 과잉입법”이라며 “이번 농식품부의 개정안은 행정명령·처분의 혼선을 방지한다는 근거도 미약할 뿐만아니라 지자체의 자율적 행정처분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축산농가를 말살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농식품부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현장농가의 가축방역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농가는 축산농가의 사육두수 감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다”고 했다.

 

농식품부 방역정책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ASF 발생 지역의 전국적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강화된 방역기준 적용을 통해 ASF 방역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라며 “다음달 3일까지 입법예고를 한 만큼 축산관련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이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ASF 확산방지에 필요” 강조=농식품부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야생멧돼지의 ASF 오염지역 확산에 따라 전국 양돈농장의 강화된 방역시설 설치 의무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축산관련단체들이 이날 세종시에 있는 농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관련 시행령 규정의 철회를 요구했음에도 재차 추진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야생멧돼지의 ASF는 지금까지 23개 시군에서 총 1974건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소백산맥을 타고 서남쪽으로 이동 중으로 향후 충청·경북까지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고 농식품부는 판단했다. 양돈 농가의 방역 조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현재까지 ASF가 이미 발생한 지역 28개 시군 농장에서는 방역시설 설치를 완료했고 발생 인접지역 13개 시군에서는 71%, 나머지 지역 농장에서도 14% 정도 끝마쳤다고 설명했다.

 

◆축산단체, “축산업 말살정책” 반발=농식품부는 이러한 조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지난 12일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의 핵심 내용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중점방역관리지구 외 일반지구에도 강화된 기준의 방역 시설을 갖추도록 한다는 것인데, 요약하자면 전국 모든 양돈농가에 8대 방역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8대 방역시설은 내부울타리, 외부 울타리, 전실, 방역실, 입출하대, 방조·방충망, 물품 반입시설, 폐기물 관리시설 등이다. 농식품부는 이미 법령에 규정된 내용으로 행정명명과 처분의 혼선을 방지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돈농가를 중심으로 한 축산관련 단체는 축산농가 말살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시행령 내용중 의무화 설치 위반 시 가축사육시설 폐쇄 또는 사육 제한 기준을 문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전국 의무화를 추진하는 8대 방역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1회 경고에 이어 2회부터는 사육 제한 3개월, 3회에는 사육 제한 6개월 등의 제제가 내려지는데 양돈농가로서는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축산관련단체들이 사전에 협의 한번 없이 정부가 기습적으로 입법 예고한 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육제한과 폐쇄조치 등 양돈농가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인임에도 이러한 과정이 배제됐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정부가 방역을 빌미로 축산규모를 줄이려는 의도가 숨겨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 축산관련 단체의 시각이다.


한돈협회는 이와 관련해 “시행령 철회 등 한돈농가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국 200만 농민과 연대해 농식품부 해체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상당기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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