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자원화 산업계를 고사로 몰아가고 있어
현장수용 가능한 액비살포 규제·현실적 대안 필요
농가 참고자료 액비 시비처방서 활용 재검토해야
“비현실적인 시비처방서와 액비살포 규제가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다. 나아가 대기환경보전법 역시 각종 규제와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축분뇨 자원화 산업계를 고사로 몰아가고 있다.”
축산현장의 ‘발등의 불’로 지목된 시비처방서와 대기환경보전법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가축분뇨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국회토론회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 등이 공동 주관했다.
이날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가축분뇨 처리 관련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현재 시비처방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대기환경보전법 시행으로 유기질비료공장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손 회장은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액비살포 규제와 대기환경보전법의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기구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도 “가축분뇨 처리비용 급등과 추가 규제로 인한 우려”를 지적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합리한 제도개선과 관련예산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액비만 규제’ 관련법 개정 불가피=곽정훈 강원대학교 연구교수는 ‘가축분뇨 액비관련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통해 “가축분뇨 액비는 농작물 재배에 중요한 비료원이지만, 액비에 한해서만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과 ‘비료관리법’에서 규제가 이뤄져 현장의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내년부터 공동자원화 시설과 농축협 운영 퇴액비 공장 등 유기질비료 제조시설이 암모니아 배출기준 적용대상에 포함돼 양축현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시비처방서 개선방안으로 농촌진흥청 흙토람을 활용한 업무 간소화를 제안했다. 그는 “시비처방서는 농가의 ‘참고자료’인 만큼 액비 시비처방서 활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축분뇨법과 비료관리법의 상이성 문제도 지적했다. 곽 교수는 “비료관리법 비료공정규격에서 가축분뇨발효액만 별도의 살포 기준을 규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액비의 농경지 과다살포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전문가들에 의해 다년간 관리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액비만을 규제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러한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가축분뇨 과도한 규제가 범법자로 몰아=문석주 한돈협회 부회장은 “가축분뇨 처리는 돼지고기 생산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돈분뇨의 30%가 액비로 처리되는 현실에서 시비처방서 발급은 실제 액비 살포량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행 규정대로라면 대부분의 한돈농가가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 부회장은 “비현실적인 규제로 가축분뇨 대란과 돼지고기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경고하면서 “작물별 성분에 따른 액비의 최대 살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네덜란드처럼 농경지 일정 면적당 질소 함유량만으로 살포량을 규정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창수 자연순환농업협회 국장은 가축분뇨 액비의 가치를 강조하며 현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국장은 “가축분뇨 액비는 토양과 작물을 살리는 천연비료임에도 정부가 ‘폐기물’ 시각으로 접근해 현장의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킬 수 없는 법 때문에 범법자가 아닌 종사자를 찾기 힘들다”며 가축분뇨와 자원화사업의 개념 재정립을 주장했다. 김 국장은 “비료생산업 등록시설의 액비는 살포기준 적용 제외, 시비처방서의 권장사항화, 시비량 산정체계 개선” 등을 제안하며, “가축분뇨법상 재활용신고 필지 규정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병근 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장은 액비 사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소개했다. 한 과장은 “전체 액비 살포량은 연간 540만톤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처방물량은 233만톤에 그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료작물은 총 비료필요량을 액비로 주고, 부족분만 화학비료로 처방하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재배지 여과액비 관비 처방 시스템을 개발해 13개 작물에 대해 서비스 중”이라며 “벼와 이모작을 통해 액비 사용량을 3~4배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