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산업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자 할 때 미국 양돈농가가 이룩한 성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대영 호서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최근 ‘환경 지키는 축산업 성공 사례, 미국의 양돈업계에서 배운다’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미국에서 지난 30년간 돼지고기 등의 생산량은 80% 늘었지만,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20% 줄었다. 이같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미국의 양돈업계 사례는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생산이 늘면 탄소 배출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미국 양돈산업은 이 상식을 깨뜨렸다”고 소개했다.
권 교수는 “미국의 양돈 농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비결 중 첫 번째는 양돈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료·분뇨 문제의 개선이다. 돼지고기 생산에 따른 탄소 발자국의 50~60%가 사료작물로 키운 농작물에 기인한다. 이처럼 돼지고기 사육을 위해 사료를 많이 생산할수록 온실가스 배출은 늘게 마련인데, 미국 양돈업계는 사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돼지 배설물 감소에도 힘썼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자연순환 농법을 통한 자급자족 형태의 시스템 구축도 양돈산업의 탄소 발생량을 현저히 줄이는 선순화 체계로 자리잡아 지속가능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양돈농가는 주로 중서부 옥수수지대인 ‘콘벨트(corn belt)’에서 직접 키운 옥수수를 주사료로 돼지에게 먹였고, 돼지의 분뇨는 옥수수의 거름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자연순환 농법을 통해 자급자족 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탄소 발생량을 줄여, 양돈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미국 양돈농가는 1980년대 말부터 돼지고기 품질보장(PQA Plus 5.0) 프로그램과 운송품질보장 프로그램(TQA)을 통한 스스로 농장 환경을 개선해 화학물질의 잔류를 방지했다. 이는 불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이고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돼지 생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2021년에 발표한 미국 ‘농장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과 2015년 새 미국의 양돈산업에서 토지·물·에너지 사용량이 각각 75%·25%·7% 줄었다. 탄소 배출량은 8% 감소했다. 2021년 4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그치며, 그중 양돈산업이 약 4%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미국의 양돈 농가 수는 6만 곳이 넘는다. 규모도 소규모, 전문 또는 DTC(Direct-to-Consumer) 사업체에서 매년 수백만 마리의 돼지에서 얻은 돼지고기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는 대규모 농장까지 다양하다. 미국의 양돈농가는 규모와 상관없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한우농가 대상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장차 양돈농가에도 저탄소 인증제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