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분 삼아 가공용 돼지고기 등에 할당관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축산농가 무너뜨리는 할당관세 강행, 즉각 철회하라”면서 “실질적인 물가안정 효과 없고 육가공업체만 득보는 정책,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축단협은 성명에서 “정부는 ‘뒷다릿살 부족’이라는 허울뿐인 명분으로 할당관세를 적용하려 하지만 국내 돼지고기 공급은 충분하다. 2025년 2월 기준 국내산 전체 돼지고기 재고는 4만2215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7% 증가하며 계속 증가 추세다. 특히, 정부가 할당관세 적용 근거로 삼은 후지(뒷다릿살) 재고도 2024년 8월 5955톤에서 2025년 2월 1만1428톤으로 약 2배 증가하며, 평년 평균 재고(1만2079톤)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수입하겠다고 밝힌 원료육 1만 톤은 돼지 출하 약 50만두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미 공급과잉 상태인 시장에 또 한 번의 충격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농가 생존을 위협하는 자충수”라고 크게 반발했다.
축단협은 “정부는 소비자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돼지고기는 생활물가지수 기준으로도 비교적 안정적인 품목이다. 2025년 2월 돼지고기 물가지수는 119.26으로 전체 평균(119.29)보다 낮았다. 돼지고기는 오히려 소비 부진으로 총 재고량이 평년보다 크게 높은 상황이며, 후지 재고 역시 증가세를 보이며 곧 평년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안정적인 품목에만 할당관세를 집중하는 것은 정책 명분도 부족하고, 실질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 흐름에 대한 오판으로 원료육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할당관세 정책은 결과적으로 시장 왜곡만 야기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단협은 “정부는 농가의 고통은 외면한 채 물가 상승 책임만 농가에 전가하고 있다. 국내 한돈농가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돈가와 사료·전기료·분뇨처리비 급등 등으로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 2025년 1~3월 평균 돈가(5038원/kg)는 생산비(5124원/kg)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할당관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물가 상승의 주원인은 임대료, 유통마진, 에너지·인건비 상승이며 농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축단협은 “정부는 생산비 급등으로 고통받는 농가에만 가격 인하 책임을 지우고 수입육 확대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할당관세는 하반기 돈가 폭락을 부를 결정타가 될 것이며, 이는 농가 폐업과 산업 붕괴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농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물가 대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축단협은 “미국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돼지고기 수입까지 확대하는 것은 농가를 두 번 죽이는 행위다. 정부는 농가 보호는커녕 수입육 유통 확대의 선봉에 서 있으며, 이에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면서 “할당관세 추진 즉각 철회와 국내 축산업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는 국내 농가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사료비·방역비 등 생산비 절감 정책, 유통구조 개선 등 실효적 소비자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축산농가가 대한민국의 식량안보와 단백질 공급원 확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 보호정책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